용기라는 말은 비교적 일상에서 흔히 듣는 단어다. 특히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걸 보면 주인공이 동료의 응원(Be brave!!)으로 용기를 내서 세상을 구하는 장면이 곧잘 나오곤 한다. 아니면 TV나 신문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지하철 노선위로 뛰어 들거나 범죄자를 몸으로 막아 표창장같은 걸 타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와 달리 '용기'라는 말은 나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영역인 것만 같다. 불의와 싸우고, 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용기로 세상을 구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아는 단어지만 쓰이지 않는 단어가 돼버렸다.
나는 현재 신입사원을 비롯하여 사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쉽진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나 초보강사 시절엔 직급 높고 경력 높은 선배들에게 강의를 하는건 정말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강의 참석하신 분들이 정말 그렇진 않지만 '그래, 얼마나 잘 하나 볼까?'라는 시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아서 더 떨렸다. 자칫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서 '그럼 그렇지! 수준이 별로네'와 같은 마음속의 야유를 받게 될것 같았다. 부족함을 속이려 하면 할 수록 이런 두려운 마음이 강의에 집중을 방해해 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 강의 진행에 미묘한 혼란이 오고 결국 정말 '그럼 그렇지! 수준이 별로네'의 강의가 된다.
개발기법 중에 테스트주도개발(TDD)라는 방식이 있다. 팀 개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기술로, 외국에서는 이제 거의 일반화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왠만한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시도해봤을 기술인데 기본서로 외국 책이 수 년전에 한 권 번 번역되었을 뿐, 실제 업무를 하려면 딱히 참고할 책이 없었다. 다른 분야 책은 많은데 왜 없는걸까? 아마 그 번역서 한 권이 TDD를 만든 사람이 직접 쓴 책이고, 그 내용을 뛰어넘는 책이 나오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많은 엔지니어들이 의문을 품었기 때문아닐까? 괜히 어설프게 관련책이 나온다면 좋은 소리 못듣고 얼굴에 먹칠하는 거겠지?
이야기가 하나 또 있다. 앞의 이야기를 마무리도 하지 않고 자꾸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미안하지만, 들어줬으면 싶다. 수 년전에 회사 내에서 Agile이 처음 시도되었다. 그 때 사람들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관련팀에서 힘겹게 열었던 세미나는 프로젝트 경험 많은 선배님들의 비평(인지 비난인지 잘 구별안되는 발언)이 쇄도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아마 또 새로운 방법론을 들여와서 우리를 괴롭히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몰랐다면 사실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그 때 많은 관리분들을 비롯하여 임원분들도 해당 자리에 계셨는데, 거친 질문으로 인해 Agile 세미나를 주최하신 분은 이마에 땀이 마를 틈이 없었다. 세미나에서 뭔가 질문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모습에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그때 해당 팀과 관련도 없었고, 그저 관심있어 참석한 일개 대리 사원이였을 뿐이다.
살다보면 참 많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 점심은 돈까스를 먹을까? 국밥을 먹을까? 와 같은 단순한 선택도 있지만 두려움이 어깨를 누르고 손이 조금 떨리는, 용기가 필요한 선택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을 하고 도움을 청할까? 말까? 에이~ 내가 직급이 있는데 후배에게 어떻게..'라던가 '비록 일부 일지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것 같은데 책을 써볼까? 욕먹으면 어떻하지?', 혹은 '저건 아닌데. 뭔가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는데..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해볼까? 그런데 일개 대리 주제에 무슨..'과 같은 순간이 말이다.
이제 긴 이야기의 마무리이다.
1. 아주 어려웠던 강의에서 모르는걸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정하니 편해져서 오히려 강의가 더 잘 되었고 서로의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
2. 난 작년에 『테스트 주도 개발 TDD 실천법과 도구』이라는 책을 썼다. 내가 이 분야의 최고라서 책을 쓸 수 있던 것이 결코 아니다. 고생하며 겪은 지식을 나눌 수 있다고, 그를 통해서 뒤에 시작하는 후배들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또 많은 분들이 도움많이 받았다는 인사를 해 주셨다. 결과적으로는 나 스스로도 이전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수년 전 그 세미나 자리에서 손을 들고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써 노력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뒤로 세미나를 주최하신 차장님과 둘이 사내에서 애자일확산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내 애자일 프로젝트가 첫 해 2개 프로젝트였던 것이 그 다음 해엔 24개로 그리고 작년엔 55개 프로젝트로 늘어났다. 전체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좀 더 많은 프로젝트와 그 안에서의 삶도 그와 함께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생각할 모르겠지만 난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불길에 뛰어들고 불의와 싸우는 것 같은 거창한 모습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작은 용기,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가 합쳐서 말 그대로의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평범하고 작은 용기로도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리나는 믿음으로 난 신입사원 기술 교육시간에도 엔지니어의 기본 덕목으로 '용기'라는걸 가르치고 있다.
사실 이런류의 이야기는 낯 부끄럽고, 어줍잖은 소리인 줄은 잘 알지만, 그래도 나도 가끔은 용기를 내어 이야기 하곤 한다. 누가 알겠는가? 이런 내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 중에 정말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 나올지. :)
나는 현재 신입사원을 비롯하여 사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쉽진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나 초보강사 시절엔 직급 높고 경력 높은 선배들에게 강의를 하는건 정말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강의 참석하신 분들이 정말 그렇진 않지만 '그래, 얼마나 잘 하나 볼까?'라는 시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아서 더 떨렸다. 자칫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서 '그럼 그렇지! 수준이 별로네'와 같은 마음속의 야유를 받게 될것 같았다. 부족함을 속이려 하면 할 수록 이런 두려운 마음이 강의에 집중을 방해해 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 강의 진행에 미묘한 혼란이 오고 결국 정말 '그럼 그렇지! 수준이 별로네'의 강의가 된다.
개발기법 중에 테스트주도개발(TDD)라는 방식이 있다. 팀 개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기술로, 외국에서는 이제 거의 일반화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왠만한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시도해봤을 기술인데 기본서로 외국 책이 수 년전에 한 권 번 번역되었을 뿐, 실제 업무를 하려면 딱히 참고할 책이 없었다. 다른 분야 책은 많은데 왜 없는걸까? 아마 그 번역서 한 권이 TDD를 만든 사람이 직접 쓴 책이고, 그 내용을 뛰어넘는 책이 나오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많은 엔지니어들이 의문을 품었기 때문아닐까? 괜히 어설프게 관련책이 나온다면 좋은 소리 못듣고 얼굴에 먹칠하는 거겠지?
이야기가 하나 또 있다. 앞의 이야기를 마무리도 하지 않고 자꾸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미안하지만, 들어줬으면 싶다. 수 년전에 회사 내에서 Agile이 처음 시도되었다. 그 때 사람들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관련팀에서 힘겹게 열었던 세미나는 프로젝트 경험 많은 선배님들의 비평(인지 비난인지 잘 구별안되는 발언)이 쇄도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아마 또 새로운 방법론을 들여와서 우리를 괴롭히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몰랐다면 사실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그 때 많은 관리분들을 비롯하여 임원분들도 해당 자리에 계셨는데, 거친 질문으로 인해 Agile 세미나를 주최하신 분은 이마에 땀이 마를 틈이 없었다. 세미나에서 뭔가 질문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모습에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그때 해당 팀과 관련도 없었고, 그저 관심있어 참석한 일개 대리 사원이였을 뿐이다.
살다보면 참 많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 점심은 돈까스를 먹을까? 국밥을 먹을까? 와 같은 단순한 선택도 있지만 두려움이 어깨를 누르고 손이 조금 떨리는, 용기가 필요한 선택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을 하고 도움을 청할까? 말까? 에이~ 내가 직급이 있는데 후배에게 어떻게..'라던가 '비록 일부 일지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것 같은데 책을 써볼까? 욕먹으면 어떻하지?', 혹은 '저건 아닌데. 뭔가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는데..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해볼까? 그런데 일개 대리 주제에 무슨..'과 같은 순간이 말이다.
이제 긴 이야기의 마무리이다.
1. 아주 어려웠던 강의에서 모르는걸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정하니 편해져서 오히려 강의가 더 잘 되었고 서로의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
2. 난 작년에 『테스트 주도 개발 TDD 실천법과 도구』이라는 책을 썼다. 내가 이 분야의 최고라서 책을 쓸 수 있던 것이 결코 아니다. 고생하며 겪은 지식을 나눌 수 있다고, 그를 통해서 뒤에 시작하는 후배들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또 많은 분들이 도움많이 받았다는 인사를 해 주셨다. 결과적으로는 나 스스로도 이전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수년 전 그 세미나 자리에서 손을 들고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써 노력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뒤로 세미나를 주최하신 차장님과 둘이 사내에서 애자일확산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내 애자일 프로젝트가 첫 해 2개 프로젝트였던 것이 그 다음 해엔 24개로 그리고 작년엔 55개 프로젝트로 늘어났다. 전체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좀 더 많은 프로젝트와 그 안에서의 삶도 그와 함께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생각할 모르겠지만 난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불길에 뛰어들고 불의와 싸우는 것 같은 거창한 모습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작은 용기,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가 합쳐서 말 그대로의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평범하고 작은 용기로도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리나는 믿음으로 난 신입사원 기술 교육시간에도 엔지니어의 기본 덕목으로 '용기'라는걸 가르치고 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려울 때는 먼저 손을 드세요. 상황이 되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넘어지기도 전에 먼저 두려워 하지 마세요. 적어도 넘어지기 전까지는 숨을 크게 쉬고 힘껏 뛰어 보세요.'
'옆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손을 내미는 것도 용기입니다.'
'우린 곧잘 용기를 버리고 그 대신 타인의 삶을 살곤 합니다. 자신의 삶을 사세요.'
'두려울 때는 먼저 손을 드세요. 상황이 되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넘어지기도 전에 먼저 두려워 하지 마세요. 적어도 넘어지기 전까지는 숨을 크게 쉬고 힘껏 뛰어 보세요.'
'옆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손을 내미는 것도 용기입니다.'
'우린 곧잘 용기를 버리고 그 대신 타인의 삶을 살곤 합니다. 자신의 삶을 사세요.'
사실 이런류의 이야기는 낯 부끄럽고, 어줍잖은 소리인 줄은 잘 알지만, 그래도 나도 가끔은 용기를 내어 이야기 하곤 한다. 누가 알겠는가? 이런 내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 중에 정말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 나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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